요즘 아들 영어 공부를 어떻게 이끌어줘야 하나 고민이 많던 차라 지금 읽어보면 딱일 것 같았다.
우리 아이들은 영어학원을 보낸 적이 없다.
아빠가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논문을 영어로만 쓰고 엄마도 회사에서 쓰는 메일의 50%가 영어인데 그래서 더 학원에서 배우는 영어에 대한 환상이 없달까.
엄마 아빠가 아이들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정도는 된다고 해도 살뜰히 끼고 앉아서 가르친 것도 없다. 우리 애들이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가성비랄까 투입대비 산출을 생각할 때 굳이 그 돈과 시간을 들여서?라는 거지.
책의 내용은 이런 생각을 가진 나와 매우 궤를 같이 하고 있어서 앞으로 슈의 영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도 조금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3부에서는 영어책 읽듣기 방법론이' 왜' 효과적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4~5부에서는 '어떻게'를 다루는데 나는 '왜'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바이므로 매우 끄덕끄덕하면서 읽었다. 마음 맞는 친구 얘기 그렇지, 그렇지, 맞장구치며 듣는 느낌.
1부<아이 영어 교육에 대한 궁금증 총정리>에서는 영어 교육에 관해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 열 개를 뽑아서 저자의 답을 제시한다.
유아 영어 사교육, 꼭 해야 할까요?
파닉스, 꼭 배워야 하나요?
초등학생에게 영문법을 가르쳐야 하나요?
미국 교과서로 배우는 영어, 일석이조일까요?
인공지능이 번역해 주는 시대, 영어를 꼭 배워야 하나요?
같은 진짜 매번 들어도 매번 궁금한 질문에 대한 답을 담았다.
내가 가장 답을 찾고 싶었던 건 인공지능 번역에 대한 질문.
통번역기에 의존해서는 영어로 축적된 지식과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배울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의 학습법인 '딥러닝'의 특징 때문입니다. 딥러닝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찾아내는 기술을 말합니다. 컴퓨터가 딥러닝을 하려면 해당 분야의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돼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식 정보 분야는 그 범위와 내용의 방대함에 비해 이를 다루는 '한국어-영어' 사용자의 수가 적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학습할 만큼 충분한 양의 데이터가 축적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영어를 모르면 직접 정보를 얻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번역한 정보에 의존하는 지식 정보의 2차 소비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네... 네, 그렇다고 합니다.
4, 5부의 '어떻게'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실질적인 도움이라는 게 결국 요약하면 영어책 많이 듣고 많이 읽으세요!라는 메시지인건데 다 아는 얘기 같지만 그렇다고 별 게 아닌 건 아니다.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들은 공짜이듯, 세상의 진리도 우리가 모르는 게 아니다. 다만 실천하기가 힘들 뿐. 수능 만점자들이 매번 교과서 위주로 국영수를 철저히 공부했다고 하는 거랑 같은 얘기잖아요.
몸이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전문가가 '걷기'를 추천합니다. 특히 의사들은 심장병과 당뇨병, 골다공증, 위장병, 고혈압, 목 디스크 등 거의 모든 병에 '걷기'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신기한 일이죠? 병의 원인은 모두 제각각일 텐데 놀랍게도 처방은 똑같으니까요.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닙니다. 걷기는 모든 신체 기관이 함께 움직이는 전신운동입니다. 걷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이유입니다.
영어책 읽기도 걷기와 유사합니다. 영어책을 읽으면 어휘와 문법, 어법, 독해력 등이 모두 해결됩니다. 영어책은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완전식품처럼 영어 학습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죠. 재미는 덤으로 따라옵니다.
영어를 배우는 이유가 무엇이든,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최고의 처방은 영어책 읽기입니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개념을 짚어준 용어로 생활 영어와 콘텐츠 영어가 있다. 이중언어학자들이 이민온 어린이들이 2~3년이 지나면 영어로 일상적인 대화는 잘 하는데 학교 공부를 잘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를 발견했는데 이유는 지능 문제가 아니라 학교 공부에 필요한 영어 능력이 부족해서였다.
콘텐츠 영어 능력=교과목의 내용을 학습하는데 필요한 언어능력.
생활영어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만, 콘텐츠 영어는 빙하처럼 수면 아래 잠겨 있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영어책 읽듣기의 기적
약간,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이 첫 2년은 한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우고 3학년 때부터 읽고 쓰는 능력을 활용해서 교과내용을 배워가는 거랑 비슷한 거네.
그래서 한국말 잘하는 애들이 한국말로 된 교과서로 공부해도 공부역량에 따라 성적이 천차만별인 거랑 같은 것.
또한 그래서! 한국말로 공부하는데 독서가 중요하다고 하는 거고 마찬가지로 영어를 잘 하려면 한국어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는 거고.
겉으로 보이는 한국어 능력, 겉으로 보이는 영어능력 아래에는 공통의 기저 언어 능력이 자리하고 있다.
구슬 쫙 뀄어.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이 로드맵을 큰 그림으로 가지고 아이들의 영어를 봐주면 되는 걸로.
아이들이 초등 3학년이 되었을 때부터 집에서 영어 패턴을 익힐 수 있는 교재를 매일 한 페이지씩 읽고 말하게 했다.
아이들이 더 어릴 때는 Eric Carle의 Polar bear, Brown bear, There was an old lady who swallowed a fly. 같은 그림책을 읽어줬었지만 초 3 이후 시작한 패턴 연습에 그 책들을 읽었던 흔적은 1도 없었던 거 같...
초6인 지금은 Magic Tree house를 매일 한 페이지씩 읽고 나랑 해석을 해보고 입에 익도록 5번쯤 읽고 그 중에서 두 문장 정도만 매일 외워보기를 하고 있다.
내보기엔 그것만 올해 1년 동안 꾸준히 해도 꽤 괜찮을 것 같다.
왜냐하면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대~충 앞뒤맥락에서 유추해내는 짬이 축적되고 있고, 책에서 반복되어 나오는 표현들을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익히고 있으니까. 여기에 조금 더 익숙해지면 읽은 페이지의 내용을 축약할 수 있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보기, 그걸 외워서 한 챕터의 내용을 엄마에게 영어로 설명해주기 정도까지 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다 하는 것 같다.
그 뼈대에 피와 살을 채우고 때 빼고 광 내는 건 필요하면 니가 하렴.
어차피 토익 900점 이상되고 영어회화 어느 수준 이상 되면 니 수준에 맞는 학원 수업은 없단다.
니가 스스로 길을 만들며 나아가야 해.
자전거로 쌩쌩 달릴 수 있는 수준이 되면 두 발 자전거에 달린 보조바퀴는 필요 없는 것과 같은 거지.
남은 건 매일매일의 실천인가...
아이를 어릴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보내야 할까? 7살인데 파닉스 시켜야 하나? 미국 애들이 공부하는 교과서로 공부하면 1석 2조 아닐까? 이런 고민에 아직 답을 못 찾은 부모님이라면 읽어보시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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