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1년에 한 번 커리어 관련 리뷰를 한다.
내가 하는 일을 나열하고 그 일들은 어떤 일인지, 해오던 일에서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해볼지 등을 매년 써내는데 그걸 정하고 리뷰를 해야 인센티브가 나오기 때문에 매우 귀찮지만 몇 백만원짜리 서류라고 생각하고 어금니 꽉 물고 쓴다.
근데 그 안에 커리어 상의 능력 계발을 위해 뭘 할 것인지 쓰는 난이 있는데 쓸 게 없어서 별 생각없이
'매년 1회 영어 일어 공인시험을 친다. 월 2권이상 책을 읽는다.'
라는 항목을 넣어뒀다.
잊고 있었는데 얼마전 부장님과 그 문서 리뷰하다가, 코로나 때문에 시험 같은 거 치기 어려우면 무리하지 말라고 말씀하셔서 터흡, 시험 접수를 해야겠다... 하는 중.
이왕이면 2년 전에 쳤던 것보다 5점이라도 더 받아야겠다 싶어서 요새 매일 영어, 일어 30분 공부중.흐흐흐흐.
2월에 시험 치려면 지금 바짝 해야!
그리고 작년에 책 읽은 거 세어보니 월 2권은 넘는데 책이 죄다 주식 아니면 부동산 아니면 애들 공부. 헐.
그래서 회사에서 직원이 읽었다고 내민 책 제목으로 좀 싹수가 있어뵈는 책을 도서관이 다시 열리자 마자 달려가서 골라보았다.
상위 1퍼센트의 결정적 도구저자신익수출판생각의길발매2020.09.14.
저자는 여행책을 다섯권 낸 기자신데 책 제목이 웬 [상위 1퍼센트의 결정적 도구]?
책을 많이 써봐서 목차 구성하는 일이 만만해지다보면 책으로 읽은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묶어서 책을 내는 게 가능해지잖아. 거기에 여행전문 기자라는 특성을 살려 그 사람과 관련된 여행코스를 살짝 추천하고 넘어간다.
봉준호 감독
이현세 만화가
이세돌 기사
하대현 정신과전문의
박찬호 등
다른 사람들에 대한 글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는데 RM에 대한 이야기를 PERSONA 가사를 가지고 1퍼센트의 결정적 도구라는 키워드로 엮은 부분 읽고는 조금 마음이 짜게 식었다.
누구 얘기를 하려거든 만나서 인터뷰라도 하고 적으시든가... 이런 반감이 들었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술 잘 읽히고 몇 군데 코로나 끝나면 갈고야! 받아적어둔 여행지도 있었으니 기록을 해두자.
책을 읽고보니 상위1퍼센트들이 그 유명세와 주목 속에서 필연적으로 움트는 불안을 어떻게 잘 다루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소시민으로 살고 있으면서도 나의 자리에서 경험하게 되는 각종 불안에 시달리는 중인지라 때로는 위로도 받으면서, 나를 다독일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면서 읽었다.
봉준호 감독
직장인이지만 회사 가기 싫을 때 있잖아. 아웃룩 열면서 오늘은 또 무슨 메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스트레스 받을 때 있잖아. 봉준호 감독 같은 사람은 안 그럴 것 같지만 '감독이 영화 찍기 싫을 때가 언제냐? 현장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릴 때' 수백명이 현장에서 감독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을 때, 현장에 도착했는데 내리지 말고 그냥 집에 가까? 한다는 것에서 동병상련을 느낀다.
물론 결과물은 전혀 '같을 동同'자를 쓸 게재가 아니지만.
그 불안과 공포의 근원은 집착인데, 머리 속에 기어코 찍어야 하는 장면이 있다는 봉감독. 그걸 찍는 날, 비로소 영화 촬영 내내 이어진 불안과 공포의 근원을 털어낸다고 표현한다.
"인천공항 옆 매립지에 몸속 종양 덩어리를 통째로 빼서 툭 바닥에 던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
어차피 모르고 예측이 불가능할 바에는 소신껏 하자
내가 제일 첫 번째 관객이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찍는다.
이현세 작가
학창시절에 자기도 그림 깨나 그린다고 생각했던 언젠가 천재 친구를 만나서 거의 모짜르트와 살리에리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천재는 먼저 보낸다. 비교하지 않는다.
먼저간 천재와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
천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노력이지. 두뇌는 엉덩이를 이길 수 없거든.
매일의 각오와 노력. 이 두 가지가 전설을 만든다.
이세돌
'몰입'과 대비되는 '분리'라는 마인드 컨트롤 기법.
한 게임에만 몰입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잠깐 분리해 인생 전체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내려다 본다.
이 게임 중요하지만 내가 바둑인생에서 둘 수많은 대국 중 하나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떨림, 불안한 긴장감을 '설렘'으로 바꾼다.
하대현 정신과전문의
1. 불안을 미워하지 말 것.(뭐가 또 그렇게 잘 하고 싶었니? 하고 귀여워해준다.)
2. (아무 생각 없이) 운동이나 오락을 할 것.
3. 목표를 쪼개고 작은 성취감을 경험하는 연습을 하라.
박찬호
공주에 산성찬호길이 있다네~
모두가 나를 비난하고, 가족조차 나를 믿어주지 않을 때, 현실의 나에게 웃어줄, 나를 믿어줄 단 한 사람.
거울 속 나
투수가 공을 그냥 던지지 않는다. 이를 악물고 던지기 때문에 마우스피스를 문다.
그 마우스피스가 박찬호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대.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있을 때 환호도 많이 받았지만 슬럼프에 빠지거나 부상을 당했을 때 돌아오는 비난과 비아냥도 전지구적 규모였을테니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내가 다니는 회사의 제품 패키지 기재문에 한 글자만 잘못 되어도 을매나 스트레스 받고 경위서 쓰고 난리인데...
거울 속의 나에게 한번 더 웃어주자.
오늘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을 귀여워해주며 말 한 번 더 걸어주며 잘 데리고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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