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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나의 경험

서울생활사박물관(태릉입구역 갈만한 곳)

by 칼과나 2021. 2. 3.

일요일 오후.

모처럼 날씨가 좋아 온가족이 걸으러 나왔다.

평소 자주 들리는 도깨비 시장을 거쳐서 태릉입구역쪽으로 걸어가는 중이었는데 주택가에 웬 박물관이 있어?

이곳은 옛날 법원이 있던 자리.

언제 박물관으로 새단장을 했다지?

박물관은 보통 일요일에 여니까 일단 들어가보자.

연 걸까? 안 연 걸까?

시간대별로 관람객 10명이내만 들어갈 수 있다는데 우리 가족만해도 4명.

(자세한 내용은 아래 홈피 참조.)

하지만 사람이 거의 없었으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새문안길에 있는 서울역사박물관의 분관이라네.

94년 봄. 서울에 유학 온 부산사람.

어느새 부산에서 산 19년보다 더 긴 세월을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내 정체성은 왠지 부산사람인 것 같은 건 왜 때문이죠... 결혼해서 호적도 서울로 바뀌었는데...

원로사진가 故 김한용님이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매년 남산의 동일한 장소에서 파노라마 카메라로 촬영한 서울의 전경을 영상으로 제작한 '서울파노라마'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의 발전상을 한눈에.

같은 곳에서 시간을 두고 계속 남겨온 기록의 힘을 느꼈다.

다 찍지 못해 아쉽다. 다음엔 혼자 가서 조용히 보고싶다.

동영상 몇 개 찍어보았지만 엄마 찾으며 뛰어오는 녀석, 동영상 찍는 와중에 앞에 가리며 서는 녀석은 집에 두고.

2층으로 올라가는 길.

미취학부터 초등생들 놀 수 있는 놀이공간도 잘 만들어져있다.

우리 아이들 왈 여기 좀 더 일찍 생겼으면 들어가서 세 시간씩 놀고 싶은 곳이라고.ㅋㅋㅋ

변리사 최달용님의 수집품들을 전시한 공간이 있었는데 625 피난 간 시절부터의 성적표, 대학 합격 통지서, 세간살이 등등을 모아놓으셨더라. 요즘 사람들은 살면서 1년 동안 안 쓴 건 싹 버리는데 그렇게 모아서 큐레이팅해 놓으니 한 세대의 삶이 재현되더라.

컬렉션이란 이런건가...

결혼식 녹음 LP판

우리는 비디오 테입이었고, 그 다음 세대는 DVD일텐데...

물론 나는 아이들 초음파 비디오까지 비디오 플레이어 치우면서 싹 같이 버렸지...

이걸 다 모아두셨네...

나는 모대모대.

버스토큰 사라고 들어가 앉았는데 돈 받을 구멍이 읎네~

흔해 빠졌던 가전이 케이스 안에 전시되는 걸 보는 기분이란.

여윽시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서울시의 주요 스팟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영상이 있었는데

나는 내 청춘을 보낸 신촌을 선택했지.

내 이십대를 보낸 그곳의 옛모습을 보면서 왜 눈물이 났을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음악에 몸을 맡기며 혼란스러운 세상을 잊을 수 있는 록카페의 자유로움이며 자신만의 예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해방구였고,"

"누군가에게 신촌이란 최루탄 냄새 풍기며 허름한 주점에서 막걸리를 기울이며 부조리를 논하는 곳이고,"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이십 대의 희로애락이 담긴 신촌은 모두의 청춘의 거리일 것이다."

"저한테 있어서 신촌은 저의 20대이고"

남편이 어린 시절을 보낸 후암동 영상도 보고.

따뜻한 봄날이 오면 후암동도 신촌도 가보고 싶다...

한때는 일상이었던 풍경이 이제는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는 걸 보는데 기분이 묘하더라.

 

분명 오른쪽이 X세대였지.ㅋㅋㅋㅋㅋ

서울생활박물관 옆엔 서울여성공예센터가 있더라.

왠지 언젠가 들러보게 될 것 같은 곳이군...

어떤 감독님이 기록해 두지 않으면 모두 다 사라질 것 같다고 찍어둔 94년의 강남, 94년의 남대문시장 이런 영상들이 있었는데 94년을 살았던 나는 그 영상을 보고 '왜 이렇게 옛날 같지?'라고 말했고

2007년 생 딸은 그 영상을 보고 '의외로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은데요?'라고 말했다.

태어나기 20여년 전의 세상이어서 되게 옛날옛적이라고 생각했던 중학생의 예상과

20대로부터 거의 30년이 지나왔다는게 실감나지 않는 94학번의 기억은 이렇게 엇박자를 이룬다.

주말에 걸으러 나갈 때 한번씩 들러서 미처 보지 못한 영상들 둘러보고 나오고 싶다.

서울의 봄, 서울의 숲, 서울의 겨울 이런 식으로 주제별로 모아둔 영상들 하나 하나 눈여겨 봐두고 싶다.

당분간 나의 방앗간이 될 예정.

02-3399-2900

서울 노원구 동일로174길 27

6, 7호선 태릉입구역 5번 또는 6번 출구 이용, 도보 3분

http://www.museum.seoul.kr/sulm/index.do

주차 가능. 기본 10분 1000원, 초과 5분당 250원

평일

09:00 ~ 18:00

토/일/공휴일

09:00 ~ 18:00

휴관일

1월1일, 매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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