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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나의 서재

무슨 고민인가요

by 칼과나 2020. 12. 30.

아무 정보 없이 그냥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눈에 들어와서 빌려온 책.

내가 요즘 여러모로 마음정리가 필요한 시기이긴 한 것 같다. 이런 책이 눈에 들어온 걸 보면.

사실 완전 맥락도 없이 고른 건 아니다.

왜냐하면 지난해 연말에 내가 처음으로 내 돈으로 복채를 주고 뭔가를 물어본 게 타로마스터였거든.

갑갑해서 답을 찾고 싶은 게 있는데 처녀보살, 신내림 받은 분들 만나기는 왠지 무섭고 ㅋㅋㅋ

가끔 점을 보곤 하는 친구(종목 불문)에게 그나마 거부감이 덜 드는 타로선생님 전화번호를 받아서 다른 친구와 함께 상담을 받았다.

점성술 앱으로 내가 태어난 날짜와 시간, 그리고 장소를 말하고 나면 이런 그림이 나오는데 혼자서 봤다면 못 느꼈을텐데, 친구랑 가니까 각자가 다른 게 확 티가 나더라.

그녀는 결혼 안하고 혼자인 게 나오고, 나는 가족 방에 가족이 가득하다고.

그러면서 올해 일쪽으로 좋은 게 들어왔는데 직장인이면 승진이 가장 많다고. 헐.

저 승진한 거 으뜨케 아셨어요.ㅋㅋㅋㅋㅋ

그렇게 점성술로 그해(19년)의 운에 대해 듣고나서 타로점으로는 궁금한 걸 물어보는 거라고 했다.

이거할까요, 저거할까요. 같은 양자 택일의 문제를 물어보는 것.

그때 한참 우리동네 재건축 아파트를 사고 싶을 때여서 사까요 마까요를 물어봤는데 타로마스터 왈, 지금 집은 너에게 편한 집이고 니가 가려는 집은 인기가 많은 집이다. 잡기가 쉽지 않은. 그러니 가격이 너무 올라서 버겁게 느껴지면 다시 물으러 오라고.

뭐 그럼 사고 싶은 집이 인기 많은 집이지 아무도 안 사려는 집을 사까마까 물어 봤겠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돈 내고 그 얘기 들으러 가는 사람에게는 그런 얘기도 소중한 것입니다.

그러고 차츰 잊고 있었는데(재건축 아파트 사려다가 못 사고 뭐 이런 저런 일들을 겪기도 했고) 올해 7월 집 사고 마음이 힘든 시간이 있었다. 그때 마음이 너무 불안하고 미래가 암울하고 내 발밑이 낭떠러지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문득 타로카드 생각이 나더라. 해서 타로앱을 다운받아 카드를 들춰보니 '존 to the 버'. 지금 너의 고난은 힘들지만 니가 선택한 것이고 잘 버텨나가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때 내가 뒤집은 카드가 만약 햇빛 쨍쨍 너무나 행복한 내용이었다면 '아 뭐래~'라고 했을텐데 또 너무 내 상황이랑 들어맞는 것 같은 거지. 그렇게 작은 마음의 위로를 얻으면서 힘든 시기를 버텨나가고 있었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렇게 만난 책이다 이거여.

이 책은 수비학을 기반으로 한 '연도 카드'의 번호를 따라 매 연도 카드에 해당하는 상담 사례를 가져와 그에 답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연도카드는 0번부터 21번까지 스물두 개의 숫자로 각 카드가 상징하는 바에 따라 자신의 인생에서 그 카드가 들어온 시기가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할 수 있다.

한마디로 연도카드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삶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해마다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핵심질문을 가리켜주는 도구다.

여기서 중요한 건 타로카드의 핵심질문을 자기의 삶을 성찰하는데 써야한다는 것.

우리에겐 인생의 매 시기마다 전력을 다해 고민해야 할 문제와 그냥 지나가게 내버려두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진짜 고민해야 할 질문은 방치한 채, 바뀌지도 않고 바꿀 수도 없는 것들에 매달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곤 한다. 하지만 정말 시급한 것은 내가 얻고자 하는 답이 아니라, 나를 위해 꼭 필요한 질문을 찾는 것이다. 그 질문을 찾는 가이드가 바로 연도카드다. 타로의 연도 카드를 통해 우리는 현실 속에서 자기 삶을 더 잘 이끌어가기 위한 '올해의 명상 주제'를 얻게 된다.

연도카드 구하는 법.

양력생일 4자리+올해의 연도 4자리 각 숫자를 더한다.

2020년에 생일이 10월 15일인 사람의 연도카드는 2+0+2+ 0 + 1+0 +1+5=11

만약 더해서 나온 숫자가 21을 넘으면 그 두 숫자를 다시 더한다. 22가 나왔으면 연도카드는 4.

바아로 작년과 올해와 내년의 연도카드를 계산해보았지.(저자는 독자가 그렇게 할 것이라는데 본인의 허벅지를 걸었다. 거절합니다아~ feat 증인의 김향기)

0번부터 21번까지의 카드 여정을 읽기 전에 최근 3년간 내 연도 카드의 의미를 먼저 읽고 싶은 마음을 참은 나 칭찬해.ㅋㅋㅋㅋㅋ

점쟁이를 찾아올 때 상당수가 던지는 질문 유형: 대체 저는 뭘 하고 살면 좋나요?

그런데 이 질문에는 몇 가지 함정이 있다.

첫째, 나에게 맞는 '직업'을 묻는다는 것이다.

둘째, 그 직업으로 '재미'를 찾고자 한다.

셋째, 그러면서 그걸로 '돈'도 벌고자 한다.

넷쨰, 심지어 '성공'을 바라기까지 한다..

'다섯째, 그런데 정작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본인도 잘 모르는 상태라는 황당한 진실.

정말 많은 분들이, 특히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우리의 미래와 행복을 '직업'이 결정한다고 믿는다. "커서 뭐 될래? 너는 장래희망이 뭐니? 나중에 뭐가 되려고 그러니? 이런 질문들을 받으며 자란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뭔가를 이루고자 할 때 그것을 곧바로 직업과 연결시키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중략)

인생에서 어떤 직업을 갖느냐는 전혀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역할을 잘 하는 사람인지를 아는 게 훨씬 시급하다. 자기 역할만 잘 발견하고 유지한다면, 우리는 어느 분야로든 나갈 수 있고 누구나 평생 동안 원없이 일하며 살 수 있다.

(중략)

내가 선택하지 않고 태어날 때부터 받은 것을 운명이라고 하는데 운명이라는 단어 자체가 참 묘하다. 돌아갈 운, 운동할 운에 받들 명. 그러니까 운명이란 말은 받은 대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너는 이렇게 태어나서 그렇게 생긴대로 살 거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이런 능력치를 갖고 태어났으니 그걸 열심히 쓰면서 살라는 말이다.

어떤 역할이 나에게 맞을까요?가 올바른 질문이다.

이 부분이 나에게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 나 30년 동안 대출 갚아야 하는데 회사는 몇 년이나 더 다닐 수 있을까? 이런 답도 없는 말단의 고민에 사로잡혀 얼마 전에 전격 단행된 인사이동, 조직재배치에 괜히 살떨려하고 그럴 일이 아니었구나, 나는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지, 내게 주어진 능력, 재능, 강점을 잘 발휘하며 살 것인지를 생각해야했구나,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조금은 마음이 담대해지고 다른 길이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걸 바탕에 가지고 책을 읽으면 좀 더 전체를 관통하는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고나할까.

물론 그 와중에도 신랑과 나의 19년 20년 21년 연도카드가 매우 궁금하긴 했어...

남편은 올해 꿈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마땅한 카드가 들어왔었다. 그래고 내년엔 뭔가 좋은 일이 생기고 지금까지 해온 일의 결과가 나오는 너낌적인 너낌의 카드라네. 작은 성공, 원하는 것에 가까워지는 그런 거. 사람들이 모여든다. 한마디로 나한테서 뜯어먹을 게 생기는 시기. 그럴 때 조심해야 할 점도 있는데 '남의 눈으로 나의 강점을 알게 될 기회'로 알면 된다고.

나는 작년이 새로운 시작의 때가 다가 왔음을 의미하는 카드의 해였다네. 누구나 낯선 곳에서는 초보로 시작하고, 그 초심 덕분에 예상 못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기도 하니 두려워말고 시작할 것. 작년에 내가 새로 시작한 게 뭐가 있더라...

그리고 올해와 내년, 내후년은 사주팔자의 삼재와도 같은 별, 달, 해가 차례로 기다리고 있다.

삶의 깊이가 심화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충고. 그저 존버로구나~

별이 뜨고 밤이 깊어질수록 우리 삶의 고민은 깊이가 깊어지겠지만 고뇌와도 같은 깊은 달밤의 절정이 지나면 다시 희망의 태양이 떠오르는 기승전결의 드라마. 이 단계를 거치며 새로운 단계로 업그레이드된다.

힘든 동안이겠지만 낙담하지 말고 보이지 않게 노력하고 통념에 휘둘리지 말고 남들 눈치보지 말고 자신에게 몰입하라. 내가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새기며 이 시간을 지나가라. 인생의 가장 극적인 모험이 이루어지는 흥미진진한 시간일 것.

연도카드를 보면서 생각을 해보니 전해에 들어온 카드가 본격적으로 나에게 뭔가 영향을 미치는 건 다음해에 드러난다는 느낌이다. 작년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카드가 나의 연도카드였다는데 나는 그 새로운 시작을 지금 느끼고 있달까. 역시 사람은 힘든 일을 겪어봐야 성장하는 것 같다. 뻘짓이고 시간 낭비고 길을 돌아가는 것처럼 느꼈던 많은 것들이 지금 나의 자산이 되어있는 것처럼 지금 나의 힘듦도 그럴 것이라 믿고 하루하루 내 발 밑의 땅을 한발한발 걸어나가는 것에 집중하며 나아가자고 스스로를 추스려본다.

한마디로 강추. 삶이 갑갑하다 싶으신 분들은 한번씩들 읽어보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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