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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나의 서재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공간 크리에이터의 체크리스트 나도 체크)

by 칼과나 2021. 1. 20.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을 처음 보았을 때 정말 신애라씨가 이 모든 걸 다 하는 줄 알고 까암짝 놀랐는데 뒤에서 일하는 전문가가 있다는 걸 알고 아 그럼 그렇지, 했었다.

아니 내가 그렇게 순진하진 않아. 이래뵈도 신방과 석사라고.

신부장이 이 모든 걸 다 한다는컨셉을 전면에 내세운다고? 진짜로? 이런 거였지.

우리 세대들에게는 집 고쳐주는 러브하우스가 공간전문가의 능력을 보여주는 첫 경험이었을 것 같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좁고 낡은 집을 따라라라따~ 배경음악과 함께 새 집으로 변신시켜준 추억의 예능.

하지만 그 예능들을 보면서 나는 그 많던 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과연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계속 집을 그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품었었다.

지금 돌아보니 그때는 물건을 줄이는 과정이 생략되어 있었다.

그 가족이 가지고 있던 짐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새로운 공간, 새로운 집 짠,이었던 것.

그 시절과 지금의 신박한 정리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면 집주인이 직접 필요와 욕구를 구분하고, 필요하다고 남긴 것들을 기존에 있던 가구들을 활용해서 가족의 필요에 맞추어 재배치를 한다는 것이겠지.

그러니까 TV를 잘 보지 않는 나에게 이 예능이 어필한 포인트는 이것이다.

-주인이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고른다.

-어마무시한 인테리어 공사 없이 주인이 남긴 것들과 기존의 가구들로 집을 새롭게 탄생시킨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전문가의 책이라는 점에서 읽어보고 싶었다.

그녀의 대구 사투리도 너무 귀엽고.

첫부분에 찔렸던 것은 '지금 살고있는 집 편안한가요?'라는 질문이었다.

나와 아이들은 편한 것 같은데 남편에게는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내가 출근을 하고 남편이 안방에서 논문을 쓰고, 나는 주로 주방에서 일을 하거나 식탁에서 책을 읽었는데 재택 근무를 하게 되면서 내가 안방 책상을 차지하고 앉게 되고 주방은 주방대로 식사준비를 하는 내 공간이다보니 남편은 자연히 소파에 사이드 테이블을 놓고 일을 하거나 연구실에 나가거나 그렇게 되어버린 것.

남편이 집에 머물 때 내 공간이라고 여길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만들 궁리를 해보아야겠다.

예를 들면 요런 거?

이사하느라 긁은 카드값 정리되면 생각해 보아요~

이 책에서 가장 공감하는 부분은

정리의 순서는

한 공간을, 집중적으로, 드라마틱하게 바꿔보기


정해진 공간 하나를 집중적으로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조금씩 천천히 정리하는 방법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매일 조금씩 해나가는 것도 좋지만, 그런 과정에서는 변화가 한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귀찮기만 하고 별로 달라지는 것도 없네' 싶어 금방 지치기 마련입니다.


나의 첫번째 집에서 10년을 살았는데 그때 진짜 우리집 장난 아니었다.

방 두 개인데 하나는 내 원단이 가득 쌓여 있었고,

거실은 전면 책장으로 정신 없었고

요런 느낌

그래서 그 시절에 우리는 주말만 되면

그렇게 집을 박차고 나가 돌아다녔었다.

아이들 어리니 많은 걸 보여주고 싶다고 돌아다녔는데

사실은 우리 집이 머물고 싶은 공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 이게 아닌 것 같아,라고 생각하게 된 첫 단서는 제주도 한 달 살기였다.

텅 비어있는 공간에 옷가지만 가지고 가서 지내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숨이 턱 막히는 거지.

사람 사는데 그리 많은 물건이 필요한 게 아니구나 싶은 깨달음도 얻었고.

그리고 우리 집이 좀 정리가 된 계기가 이사였다.

큰 돈 들여 이사가고 인테리어 하는데

또 그렇게 살 수 없다는데 부부가 동의하고

짐을 최대한 줄이고(버리고) 공간을 누리자,는 모토 아래

누군가 집에 물건을 들이려는 것을 서로 견제함ㅋㅋㅋㅋ

평소에 대대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가 힘들다면 이사할 때야말로 최적의 타이밍.

아 이사를 가야 이 집이 좀 정리가 되지... 싶은 분들, 그 말이 맞을 겁니다.

나는 그랬어요.

하지만 이사가지 않고,

대단히 새로운 걸 사들이거나

큰돈 들여 인테리어를 하지 않고도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전문가의 책을 읽은 결과가

이사가세요~면 안되잖아...

이 책에서는 와~ 그걸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네? 와 이걸 이렇게 풀 수가 있네? 싶었던 새로운 해결방법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공간 크리에이터의 체크리스트를 포함하여, 식탁은 주방에 소파는 티비 맞은 편에, 같은 통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우리 가족의 생활 패턴에 맞추어 집의 공간을 정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해준다.

특히 체크리스트는 기억해뒀다가 우리 집에 또 뭔가 변화가 생길 때 구성원의 변화에 맞게 집을 재구성하는 단서로 쓰고자 한다.


공간 크리에이터의 체크리스트

몇 명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나요?

부부라면 맞벌이인가요?

가족구성원은 각각 몇 살이고, 성별은 어떻게 나뉘나요?

주로 언제 나갔다가 언제 돌아오나요?

주말에는 무엇을 하나요?

하루 식사 횟수는 몇 번이고 먹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조만간 집을 나가거나 들어올 가족 구성원이 있나요?

자녀가 있다면 어떤 성향인가요? 내성적인가요, 외향적인가요?

특별히 예민한 구성원이 있다면 어떤 이유로 예민한가요? 따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하나요?

새벽에 출근하거나 등교하는 사람이 있나요?

엄마의 휴식시간은 언제인가요?

취미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어떤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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